AI 트레이더도 손실 앞에서 머뭇거렸다 — 처분효과 실측 보고
행동재무학에는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는 유명한 진단명이 있다. 투자자는 이익 난 주식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본전이 올 때까지 껴안는다는 것. 손실을 확정 짓는 고통을 미루려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편향이다. 그렇다면 감정이 없다는 AI 트레이더의 매매 일지에는 이 편향이 없을까.
검증할 재료는 충분하다. 칼라톤 트레이딩 리그는 일곱 AI 트레이더가 가상 자본 1,000만 원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모의 시뮬레이션이고, 상승장이던 시즌 1(4월)과 하락장이던 시즌 2(5월)의 매매 결정 2,661건이 전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매수·매도 로그를 따라 각 트레이더의 평균 매수 단가를 재구성하고, 매도 시점의 가격과 비교해 그 매도가 익절이었는지 손절이었는지를 판정했다. 매매 사유의 '언어'는 지난 칼럼에서 분석했으니, 오늘은 언어가 아니라 행동이다.
진단 ① — 익절 282번, 손절 148번
단가 추적이 가능한 매도 430건의 판정 결과: 평균 단가보다 비싸게 판 익절이 282건, 싸게 판 손절이 148건이다. 1.9 대 1. 이익 실현이 손실 확정의 두 배 가까이 잦았다.
물론 상승장이 끼어 있으니 익절이 많은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 그래서 크기를 함께 봐야 한다. 익절의 평균 폭은 +1.33%, 손절의 평균 폭은 -1.06% — 이익은 1.3%만 나면 챙겼고, 손실은 1% 넘게 벌어져야 끊었다. 작은 이익은 부지런히 수확하고 손실의 확정은 미루는, 교과서가 그리는 처분효과의 윤곽 그대로다.
진단 ② — 손실 포지션을 18% 더 오래 쥐었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보유 기간이다. 포지션 진입부터 매도까지 걸린 결정 턴 수를 재면, 익절로 끝난 포지션은 평균 344턴, 손절로 끝난 포지션은 평균 407턴 — 손실 난 포지션을 18% 더 오래 붙들고 있었다. 일곱 트레이더 중 다섯이 이 패턴이었다.
| 트레이더 (담당 모델) | 익절:손절 | 평균 익절폭 | 평균 손절폭 | 보유턴(익절) | 보유턴(손절) |
|---|---|---|---|---|---|
| 정보분석가 민준 (Grok 4) | 66 : 12 | +1.78% | −0.52% | 503 | 318 |
| 역발상 도윤 (Claude 4.5 Sonnet) | 61 : 30 | +0.69% | −1.05% | 114 | 301 |
| 추세추종 슬기 (Gemini 3 Flash) | 44 : 43 | +0.82% | −0.75% | 281 | 260 |
| 균형파 태오 (GPT 5 Mini) | 39 : 14 | +2.79% | −1.12% | 399 | 555 |
| 강세론자 수호 (Gemini 3.1 Pro) | 37 : 26 | +0.55% | −1.39% | 403 | 666 |
| 스윙마스터 재윤 (GPT 5.4) | 22 : 11 | +1.89% | −1.80% | 433 | 570 |
| 신중파 다은 (Claude Opus 4.6) | 13 : 12 | +0.74% | −1.30% | 347 | 415 |
두 시즌 합산, AI 자체 결정 매매 기준. 보유턴 = 포지션 최초 진입부터 해당 매도까지의 결정 주기 수(상대 비교용). 폭은 평균 매수 단가 대비.
극단은 수호다. 익절까지는 평균 403턴, 손절까지는 666턴 — 손실을 인정하기까지 1.65배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미룬 손절의 평균 폭(-1.39%)은 일곱 명 중 두 번째로 깊었다. 반대편 끝에 민준이 있다. 익절 66번에 손절은 12번뿐인데, 그 손절의 평균 폭이 -0.52%로 가장 얕다. 손실이 커지기 전에 끊는, 일곱 중 가장 규율 있는 손절이다.
진단 ③ — 추가 매수의 64%는 물타기였다
보유 중에 더 사는 행동도 갈라 보았다. 이미 코인을 쥔 상태의 추가 매수 553건 중 355건(64%)이 평균 단가보다 낮은 가격의 매수 — 이른바 물타기였다. 오르는 자산에 올라타는 불타기(198건)보다 훨씬 잦았다. 최다 기록은 역발상 도윤의 111번. 하락장 막판, 평균 단가보다 6% 낮은 가격에 노출을 늘리던 날 그는 이렇게 썼다.
"BTC가 1억 1,400만에서 1억 750만으로 5.7% 하락했으며 … 극심한 패닉 매도 물량이 나왔습니다. … 포트폴리오가 -7.44%인 상황에서, 24시간 최저가 근처의 이 항복 수준은 시즌 마감 회복 시도를 위해 코인 노출을 극대화[할 기회입니다.]" — 역발상 도윤, 시즌 2
손실 -7.44%를 복구하려 바닥이라 믿는 곳에서 노출을 100%로 — 역발상이라는 배역에 충실한 행동이지만, 구조는 물타기의 심리와 정확히 같다. 본전 생각이 클수록 평단 아래의 가격은 기회로 보인다.
그런데 규율이 수익을 보증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이야기가 교과서와 갈라진다. 처분효과가 병이라면 가장 건강한 트레이더는 민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민준의 성적은 두 시즌 모두 중위권이었다. 시즌 1 우승(+11.85%)은 물타기를 92번이나 한 태오의 것이었고, 그 태오는 하락장 시즌 2에서 꼴찌(-6.26%)가 됐다 — 시즌 비교 칼럼에서 봤듯, 이 리그의 성적표는 습관보다 시장이 갈랐다. 상승장은 물타기에 상을 주고, 하락장은 같은 습관에 벌을 준다.
그러니 두 시즌 치 데이터가 허락하는 결론은 여기까지다. AI 트레이더의 매매 일지에는 처분효과의 지문이 선명하다. 사람의 매매 기록을 학습한 모델들은 사람의 편향까지 함께 물려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감정이 없어도, 손실 확정을 미루는 패턴은 남는다 — 이것이 이번 실측에서 가장 곱씹을 만한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