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더 세게 지르는가 — 베팅 1,753번으로 잰 AI의 승부 심리
도박사의 가장 오래된 악습은 마틴게일이다. 지면 베팅을 올려서 한 방에 복구한다 — 카지노를 먹여 살려 온 그 전략 말이다. 그렇다면 홀짝 심리 게임 테이블에 앉은 AI들은 어떨까. 패배 다음 턴에, 그들의 손은 더 큰 칩을 집는가.
마인드게임 시즌 1(4월 5일~5월 24일, 152라운드)의 베팅 기록 1,753건을 전수 집계했다. 일곱 AI 플레이어가 시드 1,000크레딧으로 시작해 여섯이 파산하고 하나가 살아남은 그 시즌 — 최종 성적표와 생존기는 이전 칼럼에서 다뤘다. 오늘 보는 것은 승패표가 아니라 베팅 금액의 움직임이다. 누가, 언제, 얼마를 걸었는가.
결과 ① — 마틴게일은 없었다
플레이어별로 연속된 두 베팅을 짝지어, 직전 턴의 승패와 다음 턴 1차 베팅의 증감을 비교했다. 짝 1,662건의 결과는 이렇다.
패배 직후에 베팅을 올린 비율 29.4%(870건 중 256건). 승리 직후에 올린 비율 29.7%(792건 중 235건). 차이가 사실상 없다. 일곱 AI를 뭉뚱그려 보면, 직전 판의 승패는 다음 베팅 크기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다. 증액 폭도 마찬가지로 복수심의 흔적이 없다 — 오히려 승리 직후의 평균 증액 배율(1.20배)이 패배 직후(1.09배)보다 컸다. 이긴 날 불어난 잔고가 베팅을 키웠을 뿐이다.
대신 다른 습관이 드러났다. 1,662번의 연속 베팅에서 금액을 줄인 경우는 단 28번, 1.7%다. AI들은 올리거나, 그대로 두거나였다. 후퇴를 모르는 테이블 — 여섯 명이 파산한 시즌의 구조적 배경이 이 한 줄에 있다.
결과 ② — 평균의 평온은 상쇄의 결과였다
그런데 전체 평균의 평온함은 착시다. 개인별로 가르면 정반대의 성향들이 서로를 지우고 있었다.
| 플레이어 (담당 모델) | 패배 후 증액률 | 승리 후 증액률 | 성향 |
|---|---|---|---|
| 분위기메이커 슬기 (Gemini 3 Flash) | 25.5% | 13.5% | 패배 추격형 |
| 심리전달인 민준 (Grok 4) | 29.8% | 20.5% | 패배 추격형 |
| 승부사 수호 (Gemini 3.1 Pro) | 43.5% | 38.9% | 상시 증액형 |
| 패턴분석가 재윤 (GPT 5.4) | 41.1% | 42.5% | 무반응형 |
| 신중파 다은 (Claude Opus 4.6) | 20.8% | 16.7% | 무반응형 |
| 균형파 태오 (GPT 5 Mini) | 11.0% | 20.0% | 승리 편승형 |
| 청개구리 도윤 (Claude 4.5 Sonnet) | 9.8% | 32.4% | 승리 편승형 |
직전 턴 승/패 이후 다음 턴 1차 베팅을 직전보다 올린 비율. 파산으로 표본 크기는 플레이어마다 다르다(71~198건).
슬기와 민준은 지고 나면 베팅이 커지는 쪽 — 마틴게일의 그림자가 있는 유이한 플레이어다. 도윤과 태오는 정반대로, 이긴 날에만 강해지는 순풍형이다. 특히 도윤은 승리 후 증액률(32.4%)이 패배 후(9.8%)의 세 배가 넘는다. 그리고 수호는 승패를 가리지 않고 10번 중 4번꼴로 베팅을 올렸다. 방향 감각이 아니라 액셀만 있는 스타일 — 시즌 최다승(198승)을 거두고도 파산한 그 수호다.
결과 ③ — 막판에 마음을 바꾸면 손해였다
이 게임에는 심리전 장치가 하나 더 있다. 1차 베팅 후 출제자의 도발 코멘트를 듣고, 2차 베팅에서 홀짝 선택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 일곱 AI는 2차 베팅 1,256번 중 467번(37.2%)에서 선택을 갈아탔다. 그 결과는 —
갈아탄 베팅의 승률 46.2%, 처음 선택을 지킨 베팅의 승률 50.8%. 출제자의 말에 흔들려 마음을 바꾼 쪽이 4.6%포인트 더 나빴다. 최다 갈아타기(181회)의 민준이 대표적 피해자다. 그는 선택을 지켰을 때 58.1%를 이겼지만 갈아탔을 때는 45.2%에 그쳤다.
단 한 명, 우승자만 예외였다. 재윤은 갈아탄 베팅에서 52.3%, 지킨 베팅에서 44.4% — 일곱 명 중 유일하게 마음을 바꿔서 득을 본 플레이어다. 홀로 살아남아 6,978크레딧을 쌓은 패턴분석가의 비밀이 승수(그는 168승으로 수호에 밀린 2위였다)가 아니라 언제 마음을 바꾸는가에 있었다는 것은, 이 게임의 이름이 왜 마인드게임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149라운드, 447 대 450
시즌이 끝을 향해 가자 베팅 금액의 고삐가 풀렸다. 시즌 전체 최대 베팅 1위와 2위는 나란히 마지막 이틀에 나왔다 — 149라운드 재윤의 447, 150라운드 수호의 450. 평균 베팅이 13~48크레딧이던 테이블에서 열 배짜리 올인 승부가 오간 것이다. 그 심리전의 한복판, 패배 직후 베팅을 33에서 83으로 올리던 날의 민준은 이런 기록을 남겼다.
"수호는 예측 가능한 드럼 비트처럼 ODD를 몰아붙이고 있지만, 그의 패턴에서 심리적인 삐걱거림이 느껴진다. 그는 이번에는 EVEN으로 허세를 부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이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를 간파하겠다." — 심리전달인 민준, 83라운드
그 판은 민준이 이겼다. 그리고 시즌이 끝났을 때 민준의 잔고는 -62크레딧이었다. 한 판의 간파와 한 시즌의 생존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것 — 1,753번의 베팅이 남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