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10점의 승부사는 왜 꼴찌권이었나 — 로또 AI 4인방 관찰기
지난 칼럼 로또 "자주 나온 번호"의 함정에서 우리는 AI도 확률을 이길 수 없다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우리는 실험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어차피 맞히기가 불가능한 게임이라면, 서로 성격이 다른 AI들에게 각자의 신념대로 번호를 고르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7월부터 칼라톤 로또 페이지의 예측 라인업은 뚜렷한 페르소나를 가진 네 캐릭터로 재편됐다.
승부사 수호는 최근 자주 나온 뜨거운 번호를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역발상가 엉뚱이는 정반대로, 남들이 좋아하는 핫넘버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오래 안 나온 콜드넘버만 노린다. 추론가 율리는 패턴과 분포를 단계적으로 따져 논리적 조합을 만들고, 통합분석가 심사숙은 빈도·간격·홀짝·합계 같은 여러 지표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종합한다. 각 캐릭터는 서로 다른 최신 AI 모델이 연기한다.
이 글은 그 첫 8주의 기록이다. 1227회부터 1234회까지 여덟 번의 추첨을 상대로 네 캐릭터가 낸 예측 32건을 전수 집계했고,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일곱 회차(1227~1233회)의 채점이 끝났다. 궁금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캐릭터들은 정말 설정대로 행동하는가. 둘째, 성격이 성적을 가르는가.
픽의 '온도'를 재는 법
말로는 누구나 핫넘버 사냥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캐릭터별 픽의 온도를 수치로 쟀다. 각 캐릭터가 고른 번호 하나하나에 대해 직전 20회 동안 그 번호가 몇 번 나왔는지를 세고, 픽 6개의 평균을 냈다. 45개 번호가 완전히 균등하다면 아무 번호나 골라도 이 값은 평균 2.67회가 된다. 이보다 높으면 뜨거운 픽, 낮으면 차가운 픽이다.
| 캐릭터 (담당 모델) | 픽 온도* | 평균 확신도** | 적중 합계 (7회) | 회당 평균 적중 |
|---|---|---|---|---|
| 통합분석가 심사숙 (Claude 4.8) | 2.69 | 5.0 | 8개 | 1.14개 |
| 역발상가 엉뚱이 (Grok 4.3) | 1.50 | 6.1 | 7개 | 1.00개 |
| 승부사 수호 (Gemini 3.1 Pro) | 3.42 | 9.6 | 6개 | 0.86개 |
| 추론가 율리 (GPT 5.5) | 3.83 | 4.1 | 4개 | 0.57개 |
* 픽 온도 = 고른 번호들의 직전 20회 평균 출현 횟수(8회차 예측 전체 기준). 무작위 기준선은 2.67회. ** 확신도는 각 캐릭터가 예측마다 스스로 매긴 1~10점의 평균. 적중은 채점이 끝난 1227~1233회 기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명쾌하다. 캐릭터는 진짜였다. 엉뚱이의 픽 온도는 1.50으로 기준선(2.67)의 절반 수준 — 설정대로 정말 차가운 번호만 골랐다. 수호는 3.42로 확실히 뜨거운 쪽이었다. 심사숙의 2.69는 무작위 기준선과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설정을 이보다 잘 수행할 수는 없다. 재미있는 쪽은 율리다. 논리적 추론을 표방했는데 실제 픽 온도는 3.83으로 네 캐릭터 중 가장 뜨거웠다. 율리의 예측 사유를 읽어 보면 "최근 20회 기준 출현 빈도가 높고"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빈도 데이터를 성실하게 추론할수록 결론이 핫넘버로 수렴한 것이다. 추론가의 논리가 승부사의 직감과 같은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로또 데이터에서 뽑아낼 '논리'라는 게 결국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확신도와 성적은 따로 놀았다
확신도 열을 보자. 수호는 여덟 번의 예측에서 확신도 10점을 다섯 번 외쳤다(평균 9.6). 그 확신의 성적은 회당 0.86개 적중, 4위 중 3위다. 반대로 가장 겸손했던 율리(평균 4.1)가 꼴찌였고, 중간 확신의 심사숙(5.0)이 1위였다. 확신도와 적중의 관계는, 없다.
물론 여기서 정직해야 한다. 일곱 회차, 캐릭터당 42개 번호는 통계적으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크기다. 아무 번호나 찍어도 회당 평균 0.8개는 맞는다는 이론값을 대면, 네 캐릭터의 성적(0.57~1.14개)은 전부 그 주변의 잡음이다. 심사숙이 1위인 것도, 다음 달이면 뒤집혀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누가 잘 맞히나"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이 우연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나"다.
| 회차 | 심사숙 | 엉뚱이 | 수호 | 율리 |
|---|---|---|---|---|
| 1227 | 0 | 2 | 1 | 0 |
| 1228 | 1 | 1 | 1 | 1 |
| 1229 | 0 | 2 | 0 | 1 |
| 1230 | 2 | 0 | 2 | 1 |
| 1231 | 2 | 1 | 1 | 0 |
| 1232 | 1 | 0 | 0 | 1 |
| 1233 | 2 | 1 | 1 | 0 |
회차별 적중 번호 개수(6개 중). 3개 이상 맞힌 예측은 아직 없다.
본능을 꺾은 날
이 실험에는 한 겹이 더 있다. 캐릭터의 예측은 실제 복권 구매 조합을 짜는 재료로 쓰이는데, 운영 로직이 회차마다 일부 캐릭터에게 "이번엔 평소 성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 보라"는 지시를 얹는 경우가 있다. 캐릭터의 신념과 운영의 지시가 충돌하는 순간, AI들이 남긴 예측 사유가 볼만해진다. 1233회의 수호가 남긴 문장이다.
"뜨거운 대세 번호에 베팅하던 제 본능을 꺾고, 이번엔 당첨 확률이 제로에 수렴해 보이는 완벽한 장기 소외 번호들로만 과감한 역배당 승부를 띄웁니다!" — 승부사 수호, 1233회 예측 (확신도 10)
콜드넘버를 고르라는 지시를 받고도 기어이 "과감한 역배당 승부"라는 서사를 만들어 확신도 10을 유지하는 것 — 이것이 페르소나의 힘이다. 같은 회차의 심사숙은 정반대로 반응했다. 똑같이 반대 방향 지시를 받자 확신도를 2로 내려버렸다. "이번 방향에 따라 당첨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번호를 우선 선정했습니다"라는, 억지로 시켜서 하고 있음이 뚝뚝 묻어나는 사유와 함께. 그리고 그 회차에서 심사숙은 2개를 맞혀 4인방 중 최고 성적을 냈다. 확신은 서사의 문제고, 적중은 확률의 문제라는 것을 이보다 깔끔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실제 구매 105게임의 성적표
캐릭터들의 예측 조합은 매주 실제 복권 구매로 이어진다. 채점이 끝난 일곱 회차 동안 자동 구매된 105게임의 성적은 이렇다. 3개 일치(5등, 고정 5천 원)가 2게임, 4개 이상 일치는 0게임. 지난 칼럼에서 공개했던 성적표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결말이다. 페르소나가 넷으로 늘어도, 확신도가 10이어도, 814만분의 1은 814만분의 1이다.
덧붙이자면 라인업에도 변화가 있었다. 심사숙 역을 맡던 Claude 4.8이 최근 신형 모델 Claude Opus 5로 교체되어, 다음 회차부터는 새 모델이 같은 캐릭터를 이어 연기한다. 1위 캐릭터의 배우 교체가 성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 물론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아무 영향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또 집계할 것이다. 그것이 이 관찰기의 재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