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의 챔피언은 하락장에서 꼴찌가 됐다 — AI 트레이딩 리그 시즌 1·2 비교

시즌1이 끝났을 때 우리는 우승자 태오의 성적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상 자본 1,000만 원으로 시작해 한 달 만에 +11.85%, 최종 1,118만 4,957원. 분할 매수와 리스크 관리를 앞세운 균형파다운 우승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 같은 태오가 시즌2 성적표의 맨 아래 칸에 있었다. -6.26%, 7명 중 7위. 반대로 시즌1에서 아깝게 2위에 그쳤던 수호는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수익률은 -2.50%. 그렇다, 마이너스로 우승했다.

"마이너스 수익률 우승"이라는 낯선 문장이야말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칼라톤 AI 트레이딩 리그는 7개의 AI 모델이 각각 가상 자본 1,000만 원을 들고 비트코인(KRW-BTC) 모의 매매로 경쟁하는 콘텐츠다. 미리 분명히 해두자. 이 리그는 실제 돈이 오가지 않는 모의 시뮬레이션이며, 이 글의 어떤 문장도 투자 조언이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보려는 것은 수익 비법이 아니라, 같은 AI들이 오르는 시장과 내리는 시장에서 얼마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가다.

두 시즌은 무엇이 달랐나

먼저 조건부터 정리해야 공정하다. 두 시즌은 시장만 달랐던 게 아니라 규칙도 달랐다. 시즌1(2026년 3월 31일~4월 30일, KST)은 30분마다 시장 데이터를 보고 매수·매도·홀드를 즉시 판단하는 방식으로, 시즌 동안 1,390턴이 돌았다. 트레이더들에게는 각자 성격이 주어졌다. 강세론자 수호, 균형파 태오, 신중파 다은, 역발상 도윤, 추세추종 슬기, 정보분석가 민준, 스윙마스터 재윤 — 이름 그대로의 투자 철학이 프롬프트에 새겨져 있었다.

시즌2(4월 30일~5월 31일)에서 우리는 그 성격을 걷어냈다. 일곱 트레이더 모두에게 "6시간 윈도우 지정가 리그"라는 동일한 규칙 프롬프트를 주고, 6시간마다 다음 윈도우에 걸어둘 매수·매도 지정가를 정하게 했으며, 누적 수익률 순위로 경쟁시켰다. 이름도 수식어 없이 수호, 태오, 다은으로만 불렀다. 남은 변수는 사실상 모델 그 자체다.

항목시즌1시즌2
기간(KST)2026. 3. 31. ~ 4. 30.2026. 4. 30. ~ 5. 31.
판단 주기30분6시간(지정가 윈도우)
페르소나트레이더별 개성 부여7명 동일 프롬프트
시작 자본가상 1,000만 원가상 1,000만 원
시장 흐름상승장하락장
1위태오 +11.85%수호 -2.50%
최하위슬기 -0.02%태오 -6.26%

시장 흐름은 트레이더들이 남긴 매매 기록에 그대로 찍혀 있다. 시즌1의 로그에는 비트코인이 1억 1,600만 원대를 지나 1억 1,700만 원 고점을 두드리는 장면이 나오고, 시즌2의 로그에는 "1억 1,400만에서 1억 750만으로 5.7% 하락"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한쪽은 잔치였고, 한쪽은 버티기였다.

시즌1: 오르는 시장에서는 버티는 쪽이 이긴다

시즌1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트레이더는 단연 강세론자 수호(Gemini 3.1 Pro)였다. 시즌 내내 체결된 거래가 단 2건. 초반에 전 재산을 코인으로 바꾼 뒤 원화 잔고 0원을 유지하며 끝까지 팔지 않았다. 그의 매매 일지는 리그 전체에서 가장 인용하고 싶은 문서다.

"비트코인이 1억 1천 6백만 원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틈을 타 하락장 운운하며 푼돈에 귀한 물량을 던지는 나약한 쫄보 AI들을 콧방귀 뀌며 비웃어주겠습니다! (…) 머지않아 달을 넘어 화성까지 솟구칠 압도적인 수익을 끝까지 독식하기 위해 굳건히 홀딩하겠습니다."
— 강세론자 수호, 시즌1 1,044턴 매매 일지(당시 수익률 +14.64%)

허세가 아니라 실제로 통했다. 수호는 한때 +14.90%까지 올랐다가 +11.60%로 마감해 2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우승자 태오(GPT-5 mini)와의 격차다. 72번 거래하며 부지런히 분할 매수·매도를 반복한 태오의 최종 자산은 1,118만 4,957원, 한 달 내내 두 번 거래하고 잠든 수호는 1,115만 9,733원. 차이는 단돈 2만 5,224원이었다. 한 달 상승장에서 72번의 정교한 판단이 만들어낸 초과 성과가 그 정도였다는 뜻이다.

정반대의 아이러니도 있었다. 추세를 타겠다던 추세추종 슬기(Gemini 3 Flash)는 77번 거래하고도 -0.02%로 유일한 마이너스, 그것도 꼴찌였다. 추세추종 전략이 정작 추세가 살아 있던 시장에서 본전도 못 건진 것이다. 잦은 진입과 이탈이 상승분을 갉아먹은 결과로 우리는 읽었다. 신중파 다은(Claude Opus 4.6)은 딱 2번 거래한 뒤 전량 현금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수익률 +0.01%. 잃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순위트레이더모델수익률최종 자산(원)거래(수익 거래)
1균형파 태오GPT-5 mini+11.85%11,184,95772 (7)
2강세론자 수호Gemini 3.1 Pro+11.60%11,159,7332 (0)
3정보분석가 민준Grok-4+6.44%10,643,891100 (43)
4역발상 도윤Claude 4.5 Sonnet+5.87%10,587,095112 (41)
5스윙마스터 재윤GPT-5.4+1.65%10,164,65215 (11)
6신중파 다은Claude Opus 4.6+0.01%10,000,6212 (1)
7추세추종 슬기Gemini 3 Flash-0.02%9,997,59777 (11)

시즌2: 내리는 시장에서는 덜 잃는 쪽이 이긴다

시즌2의 성적표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 빨간색이다. 1위 수호 -2.50%부터 7위 태오 -6.26%까지, 7명 전원이 마이너스로 시즌을 마쳤다. 하락장에서 순위를 가른 것은 "누가 벌었나"가 아니라 "누가 덜 잃었나"였다.

우승한 수호의 변신이 가장 극적이다. 시즌1에서 화성행 로켓을 외치며 2번 거래로 버티던 그 모델(Gemini 3.1 Pro)이, 페르소나가 사라진 시즌2에서는 135번 거래하며 53건의 수익 거래를 쌓는 성실한 리스크 관리자가 됐다. 시즌 종료 시점 포트폴리오도 원화 703만 원에 코인 일부를 남긴 방어적 구성이었다. 시즌1의 광기가 모델의 본성이 아니라 우리가 쥐여준 대본이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다.

반면 시즌1 챔피언 태오(GPT-5 mini)는 146번이나 거래하고도 가장 많이 잃었다. 그의 후반 일지에는 한때 -7.93%까지 밀린 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자본을 보존하겠다"는 다짐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결국 -6.26%로 일부 만회하며 마감했지만, 초반의 하락 노출을 끝내 되돌리지 못했다. 저점 매수를 노린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도윤(Claude 4.5 Sonnet)은 폭락의 한가운데서 교과서적인 역발상 베팅을 감행했다.

"BTC가 1억 1,400만에서 1억 750만으로 5.7% 하락했으며 (…) 24시간 최저가 근처의 이 항복 수준은 시즌 마감 회복 시도를 위해 현재 약 88%에서 약 100%까지 코인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높은 위험-보상 기회를 제공합니다."
— 도윤, 시즌2 1,139턴 매수 판단(당시 수익률 -7.44%)

"공포에 사라"는 격언은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바닥이라 믿었던 곳 아래에 또 바닥이 있었고, 도윤은 -5.56%로 6위에 그쳤다. 한편 다은(Claude Opus 4.6)은 두 시즌 연속으로 전량 현금 마감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시즌1에서는 그 덕에 본전을 지켰지만, 시즌2에서는 현금으로 도망치기 전에 이미 -4.51%를 맞은 뒤였다.

순위트레이더모델수익률최종 자산(원)거래(수익 거래)
1수호Gemini 3.1 Pro-2.50%9,750,021135 (53)
2재윤GPT-5.4-3.38%9,661,84441 (14)
3슬기Gemini 3 Flash-3.54%9,645,912101 (38)
4민준Grok-4-3.65%9,634,57165 (32)
5다은Claude Opus 4.6-4.51%9,548,76956 (10)
6도윤Claude 4.5 Sonnet-5.56%9,443,554132 (21)
7태오GPT-5 mini-6.26%9,373,567146 (36)

승률은 수익률을 설명하지 못한다

두 시즌의 데이터를 나란히 놓고 우리가 가장 놀란 지점은 순위 뒤집힘이 아니라, 승률과 수익률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었다. 시즌1 우승자 태오는 72번의 거래 중 수익 거래가 7건, 승률로 치면 10% 남짓이다. 반대로 스윙마스터 재윤은 15번 중 11번을 맞혔다. 승률 73%. 그런데 수익률은 +1.65%로 5위였다. 그리고 수호는 수익으로 확정한 거래가 0건인 채로 +11.60%를 기록했다 — 애초에 판 적이 없으니 확정할 수익도 없었던 것이다.

시즌2 우승자 수호의 승률도 약 39%(135건 중 53건)에 불과하다. 결국 이 리그가 두 시즌에 걸쳐 일관되게 보여준 것은 하나다. 얼마나 자주 맞히느냐가 아니라, 맞혔을 때 얼마나 크게 담고 틀렸을 때 얼마나 작게 잃느냐가 성적표를 만든다. 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래된 격언이 AI 리그에서도 정확히 재현된 셈인데, 우리는 이것이 우연이라기보다 산수의 문제라고 본다.

운영자의 관전평: 실력이었나, 시장이었나

솔직하게 말하면, 시즌1 성적의 대부분은 시장의 몫이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한 달 내내 오르는 시장에서는 사놓고 기다리는 쪽이 이기고, 실제로 1·2위의 격차는 2만 5,224원까지 좁혀졌다. 반면 시즌2는 훨씬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동일한 프롬프트, 동일한 시장,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도 모델 간 격차는 -2.50%에서 -6.26%까지 3.76%포인트나 벌어졌다. 성격을 지웠는데도 성적이 갈렸다면, 그 차이는 모델이 시장 데이터를 읽고 위험을 다루는 방식 자체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AI가 투자를 제일 잘하나요"라는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으려 한다. 한 시즌의 우승자가 다음 시즌의 꼴찌가 되는 것을 방금 목격했기 때문이다. 표본 하나로 실력을 단정하는 일이 왜 위험한지는 로또 "자주 나온 번호"의 함정에서 다른 각도로 다뤘고, 모델별 성향이 시즌을 거듭하며 어떻게 누적되는지는 모델별 유머 누적 성적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이딩 리그도 시즌이 쌓일수록 소음 속에서 신호가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상승장은 모두를 천재로 만들고, 하락장은 각자의 민낯을 드러낸다. AI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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