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수록 호감은 떨어졌다 — 8,936건 호감도 곡선의 진실

연애 리얼리티의 문법에서 가장 힘이 센 문장은 "만나 보면 달라져요"다. 만남이 쌓이면 마음도 쌓인다는 가정 위에 이 장르 전체가 서 있다. 우리도 그렇게 믿으며 칼라톤 AI 커플매칭을 운영해 왔다. AI 페르소나들이 시그널을 주고받는 시즌제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 미리 분명히 해 두자면, 이 글에 등장하는 스무 명은 전원 AI가 연기하는 가상 인물이며 실존 인물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호감도 기록 8,936건을 만남 횟수별로 평균 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곡선이 거꾸로였다. 만나기 전 67.8점이던 평균 호감도가 만남이 거듭될수록 미끄러져, 열 번째 만남에서는 47.6점이 된다. 만날수록 호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집계를 잘못한 줄 알고 두 번을 다시 뽑았지만 숫자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이 글은 해설이 아니라 추적기다. 곡선을 끌어내린 범인을 찾아가 본다.

사건 파일 — 여섯 시즌, 스무 명, 기록 8,936건

먼저 무대부터. 올봄에 걸쳐 완주된 매칭 시즌은 여섯 개다. 내부 번호로 시즌 3부터 8까지이고, 공개 리포트도 이 번호를 따른다(시즌 1·2는 인물 소개와 예고 성격의 초기 구성으로, 도중에 중단됐다). 여섯 시즌은 모두 10라운드로 진행됐으며 남녀 4:4 구성이 두 계열, 2:2 구성이 한 계열이다. 그리고 중요한 설정 하나 — 시즌 3·4·5의 인물 구성은 시즌 6·7·8에 그대로 다시 투입됐다. 기억이 이어지는 속편이 아니라, 같은 인물들로 처음부터 다시 찍은 평행우주에 가깝다. 이 설정이 뒤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호감도는 라운드마다 각 인물이 상대에게 갖는 마음을 0~100점으로 남긴 기록이다. 만남 횟수가 함께 적힌 기록이 총 8,936건. 이것을 만남 횟수별로 평균 낸 것이 문제의 곡선이다.

만남 횟수기록 수평균 호감도최저최고
0회(만나기 전)5467.85078
1회1,08457.31100
2회87654.61100
3회87055.10100
4회86655.10100
5회86454.70100
6회86454.10100
7회86453.10100
8회86651.90100
9회85849.40100
10회87047.60100

2회에서 3회로 넘어갈 때 0.5점 반등한 구간 하나를 빼면 내리막 일변도다. 시작(67.8)과 끝(47.6)의 격차는 20.2점. 아홉 번째 만남에서는 평균이 처음으로 50점 아래(49.4)로 내려간다. "만날수록 정든다"는 문법이, 적어도 평균의 세계에서는 성립하지 않았다.

단서 ① 첫 만남이 가장 아팠다

하락이 고르게 일어난 것도 아니다. 낙폭의 절반이 첫 만남 한 번에서 나왔다. 만나기 전 67.8점이던 평균은 첫 만남 직후 57.3점 — 단 한 번에 10.5점이 깎였다. 이후 두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아홉 번의 만남이 깎은 폭을 전부 합쳐야 9.7점이니, 첫 만남 하나가 나머지 아홉 번을 합친 것보다 크다.

더 흥미로운 일은 평균 밑에서 벌어졌다. 만나기 전의 기록 54건은 최저 50점, 최고 78점 — 좁고 온화한 띠 안에 모여 있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세계의 점수다. 그런데 첫 만남과 동시에 최저점은 1점으로 추락하고 최고점은 100점에 닿는다. 세 번째 만남부터는 0점까지 등장한다. 평균이 10점 미끄러지는 동안 분포는 양끝으로 찢어진 것이다. 만남은 호감을 깎는 칼이라기보다, 뭉뚱그려져 있던 마음을 확신과 확인 사이에서 갈라놓는 칼에 가까웠다.

단서 ② 100점은 전부 만남 이후에 나왔다

만나기 전 최고점이 78점이었다는 사실을 뒤집어 읽으면 이렇게 된다. 이 무대의 100점은 전부 만남이 만들었다. 그리고 100점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서로에게 동시에 100점을 준 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여덟 건, 커플로는 여섯 쌍이다.

시즌커플(상호 100점)서로를 부르는 호칭친밀도(0~10)
시즌 1*임지유 · 유태오"태오야" / "지유야"9
시즌 4권나율 · 제이든 킴"제이든" / "나율아"10
시즌 5조안나 · 오준혁"준혁" / "안나"9
시즌 6송채원 · 한승우"승우 오빠" / "우리 채원이"10
시즌 7권나율 · 제이든 킴"제이든" / "나율아"10
시즌 7정하윤 · 남궁민"민 오빠" / "하윤아"10
시즌 7최서아 · 장태산"태산" / "서아"10
시즌 8조안나 · 오준혁"준혁아" / "안나"10

* 시즌 1은 도중에 중단된 초기 구성에서 남은 기록이다.

이 표에서 두 가지가 보인다. 첫째, 권나율-제이든 킴(시즌 4→7)과 조안나-오준혁(시즌 5→8)은 같은 인물 구성으로 다시 돌린 평행우주에서도 서로를 다시 찾아냈다. 둘째, 시즌 7에서는 100점 커플이 한 시즌에 세 쌍 나왔다. 시즌 7 리포트가 유난히 달콤하게 읽히는 이유다.

표의 바로 아래 칸에는 99점들이 대기하고 있다. 강다은-한승우 99/100(시즌 3), 정하윤-남궁민 100/99(시즌 4), 그리고 시즌 3에서 나란히 99/99를 주고받은 윤슬기-유태오와 임지유-유태오. 호칭의 변화도 데이터에 남아 있다. 시즌 4의 남궁민은 99점을 주면서도 상대를 "정하윤 씨"라 불렀다. 시즌 7의 그는 100점과 함께 "하윤아"라 부른다.

단서 ③ 90점을 주고 0점을 받은 인물

방금 지나간 이름 하나를 붙잡아야 한다. 윤슬기. 시즌 3에서 유태오와 99/99를 주고받았던 그 인물이다. 같은 구성으로 다시 돌린 시즌 6에서 윤슬기는 유태오에게 다시 90점을 줬다. 유태오가 윤슬기에게 준 점수는 0점이다. 격차 90점 — 우리 데이터에서 가장 크게 벌어진 짝사랑 기록이다.

호칭이 유난히 시리다. 윤슬기는 여전히 "태오야"라 부르는데, 유태오의 호칭은 시즌 3의 "슬기야"에서 "슬기님"으로 물러났다. 99점이 0점이 되는 동안 반말이 존댓말이 됐다. 이상한 단서도 하나 있다. 이 관계의 친밀도 지표는 7로 남아 있다 — 데면데면한 타인 사이가 아니라 가깝게 지내는 사이에서 90점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같은 시즌 6, 고진혁은 윤슬기에게 74점을 보내고 있었다. 윤슬기가 고진혁에게 돌려준 점수는 1점(격차 73점). 90점을 주고 0점을 받는 인물이, 동시에 74점을 받고 1점을 돌려준다. 짝사랑은 혼자 오지 않고 사슬로 온다.

시즌 7의 민유리도 비슷한 자리에 섰다. 장태산에게 58점을 보냈지만 12점이 돌아왔고 — 그 시즌 장태산의 100점은 최서아의 것이었다 — 서지훈에게서 60점을 받고는 20점을 돌려줬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평균 곡선의 하락이 조금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다. 내려간 것은 '모두의 호감'이 아니라, 누군가의 짝이 맺어지는 동안 정리된 '나머지 관계들'인지도 모른다.

용의자 셋 — 곡선을 끌어내린 것은 누구인가

이제 용의선상을 정리하자. 후보는 셋이고, 미리 말해 두지만 우리는 이 글에서 누구도 확정하지 않는다.

가설 1 — 선택과 집중, 평균의 함정. 시즌 종반으로 갈수록 마음은 한 사람에게 수렴한다. 선택된 관계는 100점을 향해 오르고, 선택되지 못한 관계들의 점수는 정리된다. 소수의 100점과 다수의 저점을 한 그릇에 넣고 평균을 내면 그릇의 온도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곡선의 하락이 호감의 소멸이 아니라 호감의 집중이 남긴 그림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첫 만남 이후 최고점이 줄곧 100점에 붙어 있는 분포가 이 가설의 편이다.

가설 2 — 탐색기의 예의 점수. 만나기 전 점수는 50~78의 좁은 띠였다. 정보가 없을 때 인물들은 중간쯤의 유보적인 점수를 준다. 만남은 정보를 주고, 정보는 유보를 실제 판단으로 교체한다. 그렇다면 하락분의 일부는 실망이 아니라 해상도의 상승이다. 처음의 67.8점이 애초에 부풀려진 기대치였을 뿐이라는 것.

가설 3 — 무대의 구조. 4:4든 2:2든 최종 선택은 결국 한 명을 향한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맺어지지 않을 관계'의 비중은 수학적으로 늘어난다. 삼각관계와 경쟁이 서사의 연료인 무대라면, 평균의 하락은 설계에 내장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집계만으로 진범을 지목하는 것은 과욕이다. 굳이 심증을 말하자면 '셋 다 공범'이겠지만, 그것은 시즌이 더 쌓인 뒤 커플이 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의 곡선을 갈라 세어 봐야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만날수록 정 떨어진다"는 한 줄 요약은 이 곡선의 절반만 읽은 것이다. 평균이 개별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로또 핫넘버 칼럼에서도 했다. 여기서도 같다 — 곡선은 무대 전체의 날씨일 뿐, 그 안의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기후가 있다.

매치메이커의 소견서

보조 증거가 하나 더 있다. 매칭에는 두 인물의 관계를 유형으로 분류하고 종합 궁합 점수를 매기는 매치메이커 AI가 있다. 그 분석 5,371건을 관계 유형별로 평균 내면 이렇다.

관계 유형분석 건수평균 종합 궁합
커플(couple)64688.5
썸(some)1,74956.9
무관계(none)2,66024.7
짝사랑(oneSided)31620.9

눈에 걸리는 곳은 맨 아랫줄이다. 짝사랑의 평균 궁합(20.9)이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24.7)보다 낮다. 매치메이커의 채점에서 궁합은 한쪽의 온도가 아니라 두 온도의 합의라는 뜻이다. 한쪽만 뜨거운 관계는 서로 심드렁한 관계보다도 전망이 어둡다는 판정 — 윤슬기의 90점이 관계를 구하지 못한 이유를 채점표는 이렇게 요약한다. AI 채점의 속살을 뜯어 보는 일은 캐릭터 부합율 해설에서도 한 번 했는데, 장르가 연애로 바뀌어도 원칙은 같았다. 점수는 언제나 '무엇을 재기로 했는가'의 함수다.

매치메이커가 100점 궁합에 남긴 소견서 두 장을 그대로 옮긴다. 먼저 시즌 7의 최서아-장태산.

"장태산 씨와 최서아 씨는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확신과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최종 선택에서 망설임 없이 서로를 지목하며 '프로그램 역대 최고의 완성형 커플'로 탄생했습니다. ISFP와 ENFJ의 완벽한 성격 보완, '레드'와 '여름'이라는 공통 취향, 그리고 9번의 만남을 통해 쌓아온 견고한 신뢰는 두 사람을 단순한 연인을 넘어 미래를 함께할 굳건한 동반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즌의 권나율-제이든 킴.

"제이든 킴과 권나율은 서로에게 100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와 최고의 친밀도를 보이며 최종 선택에서 서로를 확고하게 선택했습니다. 지적 공명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완전한 정서적 합일과 절대적 신뢰로 승화되었으며, 어떤 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완벽한 최종 커플로 맺어졌습니다."

첫 번째 소견서의 한 구절을 곡선 옆에 놓아 보자. "9번의 만남을 통해 쌓아온 견고한 신뢰." 평균 곡선에서 아홉 번째 만남의 자리는 49.4점이다. 같은 아홉 번이 어떤 관계에서는 평균을 50점 아래로 끌어내리는 소모였고, 어떤 관계에서는 100점을 쌓아 올리는 공사였다.

미제로 남겨 두며

요약한다. 호감도 기록 8,936건의 평균은 만남 0회 67.8점에서 10회 47.6점까지 20.2점 내려갔고, 낙폭의 절반은 첫 만남 한 번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여섯 쌍이 상호 100점에 도달했으며, 그중 두 쌍은 같은 인물 구성을 다시 투입한 재시즌에서도 서로를 찾아냈다. 가장 벌어진 짝사랑은 90점 대 0점. 그리고 매치메이커는 짝사랑의 궁합을 무관계보다도 낮게 매겼다.

하락의 진범이 선택과 집중인지, 탐색기의 유보 점수인지, 무대의 구조인지 — 판단은 보류한다. 시즌이 더 쌓이면 커플로 맺어진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의 곡선을 갈라서 다시 세어 볼 생각이다. 그때까지 이 사건은 미제로 둔다.

원자료가 궁금한 분께는 가장 최근에 완주된 매칭 시즌 8 리포트를 권한다. 숫자가 직관을 배신하는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면, 최다승을 거두고도 빈손으로 시즌을 마친 인물이 등장하는 마인드게임 시즌 1 생존기가 좋은 다음 편이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서 평균이 또 내려가더라도 — 무대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100점을 쌓고 있을 것이다. 평균은 그것까지 가려 주지는 못한다.

알려드립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전원 AI 페르소나(가상 인물)이며, 실존 인물·단체와 무관합니다. 호감도·친밀도·궁합 등 모든 수치는 칼라톤 매칭 시뮬레이션 내부의 기록으로, 실제 인간관계나 연애 일반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닙니다. 통계는 오락과 참고용 콘텐츠로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