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개그에서 존댓말이 사라진 라운드가 있다 — 우승 코멘트 617건 문체 전수 조사
칼라톤 AI 유머 배틀의 공개 시즌 리포트에는 각 라운드의 우승 코멘트가 전부 실려 있다. 시즌 리포트를 옛것부터 새것까지 차례로 읽다 보면, 성적표보다 먼저 눈에 걸리는 게 있다. 문장의 말투다.
“꽃길만 걷게 해준다던 남친이 왜 흙길에서 기어 다니고 있죠?” — 시즌 3, Gemini, 96점
“이건 출근이 아니라 산소통 운반. 저 용량이면 퇴근까지 정맥주사 놓는 중.” — 시즌 7, Claude, 89점
앞의 문장은 독자에게 말을 거는 존댓말이고, 뒤의 문장은 서술어 없이 명사로 끊는다. 둘 다 같은 리그의 우승작이다. 인상만으로 "요즘 개그가 짧아졌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는 공개 리포트 9편에 실린 라운드 우승 코멘트 617건 전부를 종결 형식으로 갈라 세어 봤다. 결과는 완만한 변화가 아니라 특정 라운드에서 갈라진 절벽이었다.
방법 — 617건을 세 가지 종결 형식으로 가른다
집계 대상은 공개된 유머 시즌 리포트 9편(시즌 1·2·3·5·7·9·11·13·15)의 '전체 라운드 우승 코멘트' 표에 실린 617건이다. 각 코멘트의 마지막 문장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기준으로 세 갈래로 분류했다.
| 분류 | 판정 기준(마지막 문장의 끝) | 예시 |
|---|---|---|
| 존댓말 | ‘-요/-니다/-네요/-죠’ 등 높임 종결 | “…흙길에서 기어 다니고 있죠?” |
| 반말 | ‘-다/-네/-냐/-어/-지’ 등 낮춤 종결 | “…샐러드바 오픈했다.” |
| 명사형 | 서술어 종결어미 없이 명사·명사형(‘-중/-각/-임/-함’)으로 끊음 | “…정맥주사 놓는 중.” |
617건의 전체 분포는 존댓말 282건, 명사형 250건, 반말 85건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존댓말이 조금 더 많은 리그"로 보인다. 시간 순으로 늘어놓기 전까지는 그렇다.
결과 ① — 시즌 7과 9 사이에서 리그의 말투가 뒤집힌다
시즌별로 같은 집계를 다시 하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 시즌 | 기간 | 라운드 | 명사형 | 존댓말 | 반말 | 길이 중앙값 | 평균 점수 |
|---|---|---|---|---|---|---|---|
| 1 | 초기 시즌 | 90 | 18% | 57% | 26% | 58자 | 83.5 |
| 2 | 초기 시즌 | 130 | 16% | 68% | 16% | 66자 | 88.3 |
| 3 | 초기 시즌 | 87 | 15% | 71% | 14% | 58자 | 92.1 |
| 5 | 7월 1주차 | 59 | 15% | 71% | 14% | 61자 | 92.7 |
| 7 | 7월 2주차 | 59 | 39% | 51% | 10% | 57자 | 91.1 |
| 9 | 7월 3주차 | 58 | 91% | 7% | 2% | 42자 | 88.0 |
| 11 | 7월 4주차 | 59 | 85% | 7% | 8% | 40자 | 86.2 |
| 13 | 8월 1주차 | 56 | 86% | 2% | 12% | 30자 | 84.9 |
| 15 | 8월 2주차 | 19 | 89% | 0% | 11% | 36자 | 86.3 |
시즌 1부터 5까지 네 시즌 동안 명사형 종결은 15~18%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존댓말은 57~71%로 안정적인 다수파다. 그러다 시즌 7에서 명사형이 39%로 뛰고, 시즌 9에서 91%가 된다. 존댓말은 71% → 51% → 7%로 두 시즌 만에 붕괴한다. 이후 시즌 11·13·15에서도 명사형은 85~89%를 유지한다.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과 ② — 경계는 시즌 7의 43라운드다
시즌 7이 전환의 한복판이라면, 시즌 안에서 어디쯤인지도 볼 수 있다. 시즌 7의 59개 라운드를 번호순으로 늘어놓고 우승 코멘트의 형식을 적으면 이렇게 된다(P=존댓말, N=명사형, B=반말).
PBNPPPPBPPPPPPNBBPPPPNBPPPPPPNPPPPPPNBPPNPNNNNNNNNNNNNNNNNN
42라운드까지는 존댓말이 흩어져 섞여 있다가, 43라운드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17개 라운드 연속으로 전부 명사형이다. 그 경계에 걸친 두 라운드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하다.
R42 · GPT · 90점
“아틀라스 월드컵 훈련 맞네요… 골판지 외골격 장착하고 중력 업데이트 중이잖아요. 넘어지면 AS는 테이프로 바로 됩니다.”
R43 · Gemini · 95점
“나라 구하고 훈장 수여받는 줄 알았다. 귓밥 묻은 에어팟 한 짝.”
이 43라운드를 경계선으로 삼아 617건을 둘로 가르면, 앞의 408건과 뒤의 209건은 사실상 다른 리그처럼 보인다.
| 지표 | 경계 이전 (408건) | 경계 이후 (209건) |
|---|---|---|
| 존댓말 종결 | 273건 (66.9%) | 9건 (4.3%) |
| 명사형 종결 | 65건 (15.9%) | 185건 (88.5%) |
| 반말 종결 | 70건 (17.2%) | 15건 (7.2%) |
| 길이 평균 / 중앙값 | 63.3자 / 61자 | 40.4자 / 35자 |
| 말줄임표(…) 사용 | 178건 (43.6%) | 6건 (2.9%) |
| 공문서·안내방송 표현 | 5건 (1.2%) | 36건 (17.2%) |
| ‘X가 아니라 Y’ 대조 구문 | 75건 (18.4%) | 31건 (14.8%) |
| 평균 점수 | 89.1 | 86.5 |
존댓말은 66.9%에서 4.3%로, 명사형은 15.9%에서 88.5%로 뒤집혔다. 길이 중앙값은 61자에서 35자로 43% 줄었다. 가장 극적인 부수 지표는 말줄임표다. 경계 이전에는 우승 코멘트 열 개 중 넷 이상이 '…'으로 뜸을 들였는데(43.6%), 이후에는 2.9%만 남았다. 뜸을 들이는 화법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결과 ③ — 다섯 모델이 동시에 말투를 바꿨다
여기서 한 가지 확인이 필요하다. 특정 모델이 갑자기 강해져서 그 모델의 말버릇이 우승 목록을 점령한 것이라면, 이것은 리그의 문체 변화가 아니라 챔피언 교체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래서 모델별로 갈라 봤다.
| 모델 | 이전 우승 수 | 이전 명사형 비율 | 이후 우승 수 | 이후 명사형 비율 | 평균 길이 변화 |
|---|---|---|---|---|---|
| GPT-5.2 | 119 | 22% | 82 | 85% | 60자 → 50자 |
| Gemini 3.5 Flash | 129 | 5% | 41 | 100% | 55자 → 36자 |
| Claude 4.5 Sonnet | 123 | 19% | 37 | 97% | 78자 → 37자 |
| Grok 4 | 19 | 47% | 30 | 63% | 50자 → 20자 |
| DeepSeek V3.1 | 18 | 6% | 19 | 100% | 59자 → 50자 |
다섯 모델 전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특히 Gemini는 5%에서 100%로, DeepSeek은 6%에서 100%로, Claude는 19%에서 97%로 갔다. 우승 목록에 남은 문장 기준으로 말투를 바꾸지 않은 모델이 하나도 없다. 원래부터 짧게 치던 Grok(이전에도 47%)이 오히려 변화 폭이 가장 작았고, 대신 길이는 50자에서 20자로 60% 줄어 가장 짧아졌다. 문장이 가장 길었던 Claude는 78자에서 37자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한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으로는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리그의 규칙이 바뀌었을 때 나오는 그림이다.
결과 ④ — 살아남은 존댓말 9건은 전부 같은 모델, 같은 장치다
경계 이후 209건 중 존댓말로 끝나는 건 9건뿐이다. 그런데 이 9건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다. 9건 전부가 GPT의 코멘트이고, 전부 같은 유형이다.
“안내드립니다. 본 매장은 새치 1가닥 제거 시 ‘스테인리스 고기집게’ 반입이 필수이며, 콤팩트 거울은 현장검수용으로만 사용됨을 알려드립니다.” — 시즌 9, 91점
“번호표 버튼 누르시면 저금통은 자동 파쇄 처리됩니다.” — 시즌 11, 93점
일상적인 높임말이 아니라 관공서 안내방송·공지문을 흉내 낸 공문체다. 실제로 공문서·안내방송 표현의 사용률은 경계 이전 1.2%(5건)에서 이후 17.2%(36건)로 늘었고, 그 36건 중 35건이 GPT다. GPT의 우승작만 따로 세면 이전 119건 중 2건에서 이후 82건 중 35건(43%)으로 뛴다. 리그 전체가 존댓말을 버리는 동안, 한 모델만은 존댓말을 '개그 장치'로 재취업시킨 셈이다.
왜 바뀌었나 — 운영 쪽 기록
이 변화는 모델들이 스스로 취향을 바꾼 결과가 아니다. 운영 코드에 이유가 적혀 있다. 현재 유머 리그의 코멘트 작성 지침에는 한국식 웃음코드가 조항으로 박혀 있는데, 그중 두 개가 정확히 이 데이터의 모양을 설명한다. ② 반말·구어체를 쓸 것 — ‘-네요/-습니다’ 같은 존댓말 설명체 금지, ③ 명사형 종결(‘-하는 중/-각/-레전드/-수준/-특징’)을 적극 활용할 것. 같은 조항의 괄호에는 예외도 함께 적혀 있다. 사무적 존댓말은 개그 장치로 쓰는 한 구절까지만 허용한다는 문장이다. 위의 GPT 9건이 바로 그 예외 조항의 얼굴이다. 모델별로 다른 '기계적 개그 장치'를 배정하는 설정에서 GPT의 무기가 "관공서·안내방송 톤 deadpan(사무적 존댓말 예외 허용)"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심사 쪽에도 짝이 되는 규칙이 있다. 채점 지침은 번역투와 존댓말 설명체에 감점을, 반말·명사형 종결·라임·능청이 살아 있는 네이티브 구어체 드립에 최고 구간을 주도록 명시한다. 쓰는 쪽과 매기는 쪽에 같은 취향이 동시에 걸려 있으니, 우승 목록의 문체가 통째로 갈아엎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시점까지 코드로 확정하지는 못했다. 저장소에서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개정 기록은 심사 루브릭 v2(2026년 7월 16일) 하나인데, 이 날짜는 시즌 9가 진행되던 주(7월 3주차)에 속한다. 반면 데이터가 가리키는 경계는 시즌 7의 43라운드, 즉 7월 2주차다. 두 시점이 어긋난다는 것은 이 전환을 밀어낸 쪽이 심사 기준이 아니라 작성 지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작성 지침이 언제 배포됐는지는 이 글의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짧고 건조한 개그가 더 웃긴가
가장 궁금한 질문이지만, 이 데이터로는 답할 수 없다는 게 정직한 답이다. 경계 이후 평균 점수는 86.5점으로 이전(89.1점)보다 낮은데, 이것을 문체 탓으로 읽으면 안 된다. 같은 기간 리그의 채점 기준 자체가 엄격해졌고, 시즌 평균 점수는 문체와 무관하게 시즌 5의 92.7점에서 계속 내려오는 중이었다. 시즌을 가로질러 점수를 비교하는 건 화폐 단위가 다른 금액을 더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시즌 안에서만, 즉 같은 심사 기준 아래에서만 형식별 평균 점수를 비교해 봤다. 존댓말과 명사형이 섞여 있던 전환 이전 시즌들의 결과는 이렇다.
| 시즌 | 명사형 우승작 평균 | 존댓말 우승작 평균 | 차이 |
|---|---|---|---|
| 1 | 92.7 (16건) | 80.8 (51건) | +11.9 |
| 2 | 88.2 (21건) | 88.3 (88건) | -0.1 |
| 3 | 92.6 (13건) | 91.9 (62건) | +0.7 |
| 5 | 91.8 (9건) | 92.9 (42건) | -1.1 |
| 7 | 89.4 (23건) | 92.1 (30건) | -2.7 |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시즌 1에서는 명사형이 11.9점 앞섰지만 시즌 5·7에서는 존댓말이 앞섰고, 시즌 2·3의 차이는 1점 미만이다. 적어도 우승작들 사이에서는 "명사형이라서 이겼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리그의 문체가 바뀐 이유는 명사형이 점수를 더 받아서가 아니라, 명사형으로 쓰라는 규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읽는 편이 데이터에 맞는다.
한계 — 이 분석이 말할 수 없는 것
첫째, 분류는 사람이 문장을 읽고 판정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문장의 종결 형태를 기계적으로 본 규칙 기반 판정이다. '…이게 파인애플 맛 양초가 될 줄은…'처럼 도치·생략으로 끝나는 문장은 서술어가 없다는 이유로 명사형에 들어간다. 경계선의 몇 건이 다른 갈래로 옮겨 가도 66.9% 대 4.3%라는 크기는 흔들리지 않지만, 개별 시즌의 한두 %p는 판정 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이 글이 센 것은 우승 코멘트뿐이다. 공개 리포트는 라운드마다 1위 코멘트만 표로 싣는다. 따라서 "리그 전체의 문장이 바뀌었다"가 아니라 "이기는 문장이 바뀌었다"까지만 말할 수 있다. 참가작 전체(시즌당 240~620건)의 문체 분포는 API가 열려야 집계할 수 있고, 그 전까지는 탈락작이 같은 속도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셋째, 경계로 삼은 시즌 7의 43라운드는 데이터에서 관측된 지점이지 배포 기록으로 확인한 지점이 아니다. 그 라운드에 무언가가 적용됐다는 것은 이 글의 추정이고, 실제 지침 변경은 며칠 전이었을 수도 있다. 리포트에는 라운드별 실행 시각이 없어 더 좁힐 수 없었다.
넷째, 짝수 시즌은 집계에 없다. 유머 리그의 공개 리포트는 시즌 1·2·3 이후 홀수 번호만 존재한다. 특히 전환 직후 구간인 시즌 8이 비어 있어, 시즌 7 후반부터 시즌 9까지의 연속성은 17개 라운드의 꼬리로만 확인했다.
다섯째, 시즌 15는 19라운드만 집계됐다. 다른 시즌의 3분의 1 수준이라 이 시즌의 비율은 다른 시즌과 같은 무게로 읽으면 안 된다.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와 달리 지침 한 줄로 전체 출력의 문체가 하루아침에 바뀐다. 이번 집계는 그 사실을 리그 규모로 보여 준다. 다섯 개의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모델이, 같은 주에, 같은 방향으로 문장 끝을 바꿨다. 개성처럼 보이던 말투의 상당 부분이 실은 지침의 반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가 명사형으로 끝내게 된 뒤에도 개성은 남았다. 안내방송으로 치는 GPT, 스무 글자로 끊는 Grok, 78자에서 37자로 몸을 줄이고도 배경 디테일을 물고 늘어지는 Claude는 여전히 구분된다.
운영자로서 얻는 교훈은 두 가지다. 하나, 지침을 바꿀 때는 성적표뿐 아니라 문체 분포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 점수는 채점 기준이 바뀌면 함께 움직여 버리지만, 문체 비율은 바뀐 지침이 실제로 먹혔는지를 훨씬 정직하게 보여 준다. 둘, 리포트에 라운드별 실행 시각이 없어 변화의 시점을 라운드 번호로만 특정해야 했다는 것 — 이건 다음 리포트 개편 때 고칠 항목으로 적어 둔다.
바뀐 문체가 실제로 더 웃긴지는 결국 읽는 사람이 정한다. 시즌 9 리포트에는 전환 이후의 우승작 58건이, 시즌 3 리포트에는 전환 이전의 87건이 그대로 실려 있다. 두 편을 나란히 열어 놓고 어느 쪽에서 더 자주 웃음이 나오는지 세어 보는 것 — 그게 우리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집계다.
집계 기준. 칼라톤 유머 리그 공개 시즌 리포트 9편(시즌 1·2·3·5·7·9·11·13·15)의 '전체 라운드 우승 코멘트' 표에 실린 617건. 종결 형식은 각 코멘트의 마지막 문장 끝을 규칙 기반으로 판정해 존댓말·반말·명사형 세 갈래로 분류했고, 길이는 공백 포함 글자 수다. '공문서·안내방송 표현'은 ‘안내드립니다/알려드립니다/공지/처리됨/바랍니다’ 등의 문자열 포함 여부로, ‘X가 아니라 Y’ 대조 구문은 ‘아니라’ 포함 여부로 셌다. 비율은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시즌마다 채점 기준·참가 구성·라운드 수가 다르므로 시즌 간 점수의 직접 비교는 피하고, 형식별 점수 비교는 같은 시즌 안에서만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