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칠수록 나빠진다? — 286번의 수정이 남긴 데이터
칼라톤의 인물 생성 리그에서 그림이 태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시즌의 개막 라운드에 백지에서 인물을 새로 그려내는 generate, 그리고 이후 열네 번의 라운드 동안 현재 챔피언 이미지를 옆에 두고 지시문을 고쳐 다시 그리는 modify. 이 글에서는 편하게 '새로 그리기'와 '고쳐 그리기'로 부르겠다. 시즌 데이터베이스에는 두 방식의 라운드 기록이 도합 307건 쌓여 있다. 새로 그리기 21건, 고쳐 그리기 286건. 오늘의 질문은 한 줄이다. 고치면, 나아지는가.
결론부터 공개하면 데이터는 심술궂다. 고쳐 그리기 286번의 점수 변화를 전부 모아 평균 내면 -2.40점이고, 절반 가까이(46.5%)는 고치기 전보다 점수가 내려갔다. 그런데 이 리그의 역대 최고 부합율 81점은 다름 아닌 고쳐 그리기에서 나왔다. "고칠수록 나빠진다"와 "신기록은 수정에서 나온다"가 한 데이터베이스 안에 사이좋게 공존하는 셈이다. 이 글은 그 역설을 뜯어보는 전략 분석이다.
규칙을 30초로 요약하자. 매 라운드 이미지 모델들이 후보 그림을 내고, 심사 모델이 주제 부합율(시즌 리포트의 '일치율')을 채점한다. 후보가 현재 챔피언을 밀어내려면 원칙적으로 챔피언보다 최소 +2점 높아야 하고(+2점 게이트), 자연스러움·결함·동일 인물 검증까지 통과해야 한다. 채택된 후보는 새 챔피언이 되어 다음 라운드의 기준점이 된다 — 이른바 챔피언 체인이다. 채점 축과 감점 구조의 속사정은 부합율 해설 편에서 이미 다뤘으니, 오늘은 그 규칙 위에서 벌어진 전투 기록만 본다.
전적표부터 — 100%와 36.4%
| 방식 | 시도 | 채택 | 반려 | 채택률 | 최고 부합율 |
|---|---|---|---|---|---|
| 새로 그리기 (generate) | 21 | 21 | 0 | 100% | 77점 |
| 고쳐 그리기 (modify) | 286 | 104 | 182 | 36.4% | 81점 |
* 평균 부합율은 새로 그리기 59.2점, 고쳐 그리기 61.0점. 다만 시즌마다 채점 기준이 달라 뒤섞인 참고치로만 읽어야 한다(후술).
새로 그리기의 채택률 100%는 실력이 아니라 규칙의 산물이다. 시즌의 첫 라운드에는 아직 챔피언이 없다. 빈 왕좌 앞에는 게이트도 없다. 첫 그림은 점수와 무관하게 무조건 왕좌에 앉고, 그 순간부터 시즌 전체의 기준선이 된다. 21번의 새로 그리기가 전부 채택된 이유는 그래서 싱겁다 — 떨어뜨릴 방법 자체가 없었다.
진짜 승부는 고쳐 그리기에서 벌어진다. 286번 도전해 104번 채택, 182번 반려. 채택률 36.4%, 셋 중 둘은 버려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36.4%도 후하게 잡힌 숫자다. 뒤에서 보겠지만 반려라는 제도 자체가 없던 초기 세 시즌을 빼면 채택률은 25.4%(244전 62채택)까지 내려간다. 넷 중 셋이 버려지는 게임이다.
수정의 민낯 — 평균 마이너스 2.40점
고쳐 그리기 286번의 점수 변화, 즉 후보 부합율에서 직전 챔피언 부합율을 뺀 델타를 분포로 펼치면 이렇다.
| 수정의 결과 | 횟수 | 비율 |
|---|---|---|
| 점수 상승 | 62 | 21.7% |
| 동점 (변화 없음) | 91 | 31.8% |
| 점수 하락 | 133 | 46.5% |
* 286건 전체의 델타 평균은 -2.40점.
다섯 번 고치면 한 번 남짓(21.7%) 오르고, 세 번에 한 번(31.8%)은 정확히 제자리이며, 절반 가까이(46.5%)는 내려간다. 하락이 상승의 두 배를 넘는다(133건 대 62건). 평균 -2.40점이라는 숫자의 정체가 이것이다. 챔피언과 같은 점수로는 +2점 게이트를 넘을 수 없으니, 이 분포에서 왕좌가 바뀌는 라운드가 드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왜 이렇게 형편없을까. 우리는 천장 효과로 읽는다. 고쳐 그리기의 출발점은 언제나 '그 시즌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최고의 그림'이다. 이미 심사 눈높이의 윗동네에 있는 그림에서 출발하니, 우연히 더 오를 자리보다 내려갈 자리가 넓다. 챔피언이 강해질수록 수정은 평균적으로 밑지는 장사가 된다. 동점 91건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시문을 바꿔 그림을 새로 뽑았는데 심사 점수가 한 점도 안 움직인 경우가 세 번에 한 번꼴 — 붓질이 그림의 표면을 바꿔도 '주제 부합의 본질'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신기록은 전부 '수정'에서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수정 무용론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전적표의 오른쪽 끝, 최고점 칸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새로 그리기의 역대 최고는 77점, 고쳐 그리기의 역대 최고는 81점 — 리그 전체의 최고 기록이다.
그 81점의 궤적이 상징적이다. 시즌 31은 역대 가장 잘 나온 개막 그림(77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4라운드의 수정이 +2점(79점)을, 8라운드의 수정이 다시 +2점(81점)을 얹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고의 출발조차 수정 두 계단을 딛고서야 정점이 됐다. 여담 하나 — 81이라는 숫자가 데이터에 처음 찍힌 것은 사실 시즌 4의 12라운드였는데, 그 후보는 반려됐다. 점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잠시 뒤에 다시 한다.
더 구조적인 증거도 있다. 완주한 20개 시즌의 리포트에 '시즌 베스트'로 기록된 라운드는 스무 번 모두 고쳐 그리기 라운드다. 개막 라운드의 첫 그림이 시즌 최고 기록으로 남은 시즌은 단 하나도 없다.
평균이 마이너스인 행위에서 모든 신기록이 나온다 — 모순이 아니라 구조다. 게이트는 나빠진 수정을 버리고, 좋아진 수정만 챔피언 체인에 쌓는다. 실패한 붓질의 비용은 반려 한 줄로 끝나고, 성공한 붓질만 기록으로 저장된다. 이런 비대칭 아래에서는 시도의 평균이 아니라 시도의 횟수가 기록을 만든다.
게이트가 막아낸 것 — 그리고 못 막은 것
그 '버리기'가 실제로 무엇을 버렸는지 보자. 고쳐 그리기 역사상 최악의 다섯 건이다.
| 시즌 · 라운드 | 직전 챔피언 | 후보 점수 | 델타 | 판정 |
|---|---|---|---|---|
| 시즌 5 · 14R | 49점 | 0점 | -49 | 반려 |
| 시즌 5 · 15R | 49점 | 9점 | -40 | 반려 |
| 시즌 6 · 12R | 48점 | 10점 | -38 | 반려 |
| 시즌 11 · 10R | 67점 | 29점 | -38 | 반려 |
| 시즌 11 · 14R | 67점 | 32점 | -35 | 반려 |
49점 챔피언 옆에 0점짜리 후보가 올라온 시즌 5의 14라운드가 역대 최악이다. 다행히 다섯 건 모두 반려됐다. 범위를 넓혀도 결론은 같다. 게이트가 자리 잡은 시즌 4 이후, 10점 이상 폭락한 후보 22건 가운데 왕좌를 얻은 것은 한 건도 없다.
게이트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초기 세 시즌이 증언한다. 시즌 1~3에는 반려 제도가 없어 42번의 수정이 전부 채택됐는데, 그중 32번이 점수 하락이었고 델타 평균은 -3.45점이었다. 시즌 1은 9라운드에 59점을 찍고도 나빠진 그림을 거듭 받아들인 끝에 53점으로 마감했다. 개악이 그대로 왕좌에 앉던 시절이다. 지금의 게이트는 이 흑역사 위에 세워졌다.
다만 게이트가 만능의 일방통행로는 아니라는 점도 정직하게 적어 둔다. 반대 방향의 사례가 둘 있다. 첫째, 점수가 크게 올라도 떨어질 수 있다. 역대 최대 상승 폭인 +25점(시즌 6, 48→73)과 +20점(시즌 4, 57→77)은 둘 다 반려됐다. 챔피언 교체의 관문이 점수 게이트 하나가 아니라 자연스러움·결함·동일 인물 검증까지 겹겹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소하게 낮은 후보가 채택되는 예외도 있다. 81점을 찍었던 시즌 31의 왕좌는 이후 79점(10라운드)과 77점(15라운드) 후보에게 차례로 넘어갔고, 그래서 시즌 31의 최종 기록은 81점이 아닌 77점으로 닫혔다. 데이터는 이런 균열까지 포함해서 데이터다.
열세 번의 "아니오" 끝에 온 +5점
채택률 36.4%의 세계에서 반려는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시즌별 최장 연속 반려 기록을 보면 실감이 난다.
| 시즌 | 최장 연속 반려 | 그 끝은 |
|---|---|---|
| 시즌 15 | 13라운드 | 마지막 15라운드에서 +5점(57→62) 채택 — 그대로 시즌 최고 기록 |
| 시즌 9 | 12라운드 | 14라운드에서 +3점(52→55) 채택 |
| 시즌 11 | 12라운드 | 채택 없이 시즌 종료 — 챔피언 67점 유지 |
| 시즌 17 | 12라운드 | 14라운드에서 +2점(63→65) 채택 — 시즌 유일의 교체 |
압권은 시즌 15다. 2라운드부터 14라운드까지 열세 번 연속으로 "아니오"를 들었고, 챔피언은 57점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이 닫히기 직전, 마지막 15라운드의 수정이 +5점(62점)으로 게이트를 넘었다. 그 마지막 채택이 그대로 시즌 최고 기록이 됐다. 시즌 17도 결이 같다. 열두 번 연속 반려 끝에 14라운드에서 딱 한 번 +2점(63→65)의 교체가 나왔고, 그것이 시즌의 유일한 채택이자 최고 기록이었다. 반면 시즌 11은 3라운드에 67점을 채택한 뒤 남은 열두 라운드를 전부 반려로 마감했다 — 끝내 후속타가 나오지 않는 시즌도 있다.
182번의 반려를 실패의 기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우리는 반대로 읽는다. 저 "아니오"들이 있었기에 채택된 104번이 전부 의미를 가진다. 반려의 행렬은 시스템의 고장 신호가 아니라 시스템의 근무 일지다.
이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점
세 가지만 짚는다. 첫째, 채점 기준표(judge_scale)는 시즌마다 달랐다. v1에서 v3.2까지 여러 차례 개정됐고, 기준이 다른 시즌의 절대 점수를 맞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이 글은 절대 점수가 아니라 같은 시즌 안에서 계산되는 점수 변화(델타)를 중심으로 썼다. 전적표의 평균 부합율(59.2점 대 61.0점)도 기준이 뒤섞인 참고치로만 읽어 주시길 바란다. 둘째, 새로 그리기 대 고쳐 그리기는 애초에 공정한 대결이 아니다. 전자는 시즌당 한 번뿐인 기준선 깔기이고, 후자는 그 기준선 위에서만 존재하는 도전이다. 이 비교는 우열 가리기가 아니라 역할 분석이다. 셋째, 이번 집계에는 진행 중인 시즌 33의 앞 여섯 번의 수정(채택 2회)도 포함되어 있어, 시즌이 끝나면 숫자는 조금 움직일 수 있다.
결론 — 많이 고치고, 많이 버려라
"고칠수록 나빠진다"는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정확히 다시 쓰면 이렇다. 대부분의 수정은 나빠진다(평균 -2.40점). 그러나 나빠진 수정을 버릴 수 있는 구조 안에서라면, 수정을 멈추는 쪽이 항상 손해다. 역대 최고점 81점도, 완주한 스무 시즌의 베스트 라운드 전부도, 열세 번 반려 끝의 +5점도 모두 '그래도 한 번 더 고쳐 본' 라운드에서 나왔다.
이것이 우리가 이 리그를 운영하며 얻은 교훈이다. 결과물의 품질은 좋은 시도를 미리 고르는 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쁜 시도를 사후에 버릴 수 있는 장치에서 나온다. 오늘도 어느 시즌에선가 고쳐 그리기 후보가 게이트 앞에 줄을 서 있다. 대부분 반려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다음 기록을 쓸 것이다. 살아남은 그림들은 인물 생성 갤러리에서, 버려진 붓질까지 담긴 라운드별 원장부는 시즌 리포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